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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의 하늘(終ノ空) Remake 리뷰 및 감상

ルクル 2021. 2. 16. 08:07

 

 

※종말의 하늘, 멋진 나날들~불연속존재~의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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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의 하늘은 1999년 발매한 케로Q, 그리고 그 케로Q 사단의 대장인 스카지(SCA-自)의 데뷔작인 기념비적인 작품입니다.

3대 전파게라는 이름으로, 미연시가 나름 유행했던 2000년대 중후반에 해보신분들이 꽤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같이 전파게로 묶이는 자살을 위한 101가지 방법, 사요나라를 가르쳐줘도 말이죠.

사실 멋진 나날들~불연속존재~(스바히비)라는 완벽한 후속이 있는데도 왜 굳이 종말의 하늘을 리메이크했나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플레이를 완료한 지금도 이해가 되는 건 아닙니다.

케로Q 20주년도 아니고 스바히비 10주년에 꼽사리마냥 넣어준 것도 그렇구요.

시기상으론 20주년 기념도 하는 것 같긴한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제목은 리메이크지만 사실 종말의 하늘3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실제로 내용 전개는 종말의 하늘을 그대로 가져왔습니다만,

마지막 에필로그만큼은 스바히비를 한 사람들만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스바히비의 엔딩, 아야나와 유키가 대화하는 그 씬의 이름이 종말의 하늘2였던 걸 생각하면 말이죠.

 

 

 

 

 

종말의 하늘에서도 스바히비에서도 나왔던 광기의 텍스트

 

 

아쉬운 부분부터 이야기하자면,

종말의 하늘을 하지 않았던 사람이라면 그냥 기분나쁘다 하고 넘어갈 장면들이지만

전 종말의 하늘도 꽤 재밌게 했던 사람이서 말이죠.

3대 전파게에 당당하게 꼽혔던 광기적인 부분이 상당히 너프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원작이 1999년에 발매한 고전임을 감안하면 2020년에 나온 리메이크의 연출은 BGI엔진의 한계인 것일까요.

타쿠지편은 순한맛인 스바히비만도 못합니다.

원작 발끝에도 못미치고요.

스바히비가 자쿠로파트의 정신나간 연출만큼은 원작을 초월했던걸 감안하면 더더욱 아쉽습니다.

게임을 너무 무겁게 만들기 싫었나 싶습니다.

 

 

 

 

그림 퀄리티는 리메이크가 넘사벽으로 좋지만...

 

 

 

게다가 원작 역시 시대를 감안해도 시스템면에선 좋은 평가를 듣기 힘들었는데 문제는 그게 케로Q 전통이라는 겁니다.

이건 자매브랜드인 마쿠라는 물론이고 겜 두개밖에 없는 프치케로까지 마찬가지죠.

많은 브랜드들이 자신만의 정형화된 인터페이스를 고수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뒤에서 다섯손가락안에 꼽힐만한 조잡한 인터페이스가 특징입니다.

 

조잡함은 사운드쪽도 마찬가지.

그나마 옛날엔 남캐 보이스조차도 없었던 걸 감안하면 발전입니다만,

요즘 시대에 풀보이스가 아니면 그건 단점이 아니라 결함이라고 불러야겠죠...

문제는 BGM.

스바히비의 최대 강점중 하나였던 BGM인데 몇개는 재탕.

네 그럴 수 있습니다, 스바히비보다 BGM 좋은 게임이 몇개나 된다고.

근데 광기스러운 연출이 나오는데 너무 성의가 없어서 하나도 몰입이 안됩니다...

 

 

 

 

원작과 스바히비의 매력을 적절히 살려낸 오토나시 아야나, 새로운 캐릭터로 재창조된 요코야마 야스코

 

 

위에서 좀 깠으니까 이제 칭찬타임입니다.

먼저 그림.

이건 진짜 비약적인 발전이라고 불러야겠지요.

옛날의 모토욘하고는 필명만 같은 다른 사람이라고 해도 믿겠네요.

당연히 특유의 동글동글함은 남아있습니다만 그냥 예쁩니다.

한때는 이누가미 여사님한테도 밀리던 시기가 있었는데 이젠 뭐 비벼봄직 한것 같군요.

아라카와 히사시님은 스바히비 배경 담당인걸로 아는데 여기서도 그랬겠죠?

아무래도 제목부터 하늘이 들어가는지라 구름 표현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여전히 서브원화로 이름올리는 스카지는 제발 글이나 빨리 써줬으면...

 

그리고 다름아닌 두번째 짤의 캐릭터 '요코야마 야스코'입니다.

원작에서는 그냥 비중있는 조역, 스바히비에서는 그 역할을 '타치바나 키미카'에게 빼앗겨 비중 제로의 조역이었지만,

이번작에서는 그야말로 최고의 존재감을 자랑하는 리메이크의 존재 의의가 되었습니다.

종말의 하늘-스바히비가 군상극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주인공 중 한명이 된 셈입니다.

야스코라는 캐릭터의 매력도, 그 캐릭터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4장의 완성도도.

기어코 사쿠라의 시를 완성시키면서 형태가 잡힌 스카지의 '순애'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종말의 하늘 리메이크는,

초반부의 미스터리한 분위기가 후반부에 해소되기는 합니다만,

그게 완벽한 복선회수로부터 오는 카타르시스로 인해서는 아닙니다.

그렇지만 위에서도 말했듯이 스바히비를 해보셨다면,

결국 마지막엔 그가 좋아하는 테마 '행복하게 살자'로 귀결되는 느낌이 들어 저처럼 나름대로 만족감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